마블의 역적, 페이즈 4가 실패한 이유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는 2008년 아이언맨으로 시작해 어벤져스 시리즈와 함께 전 세계 영화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특히 페이즈 1부터 3까지의 인피니티 사가는 타노스를 중심으로 명확한 서사 구조를 가지고 팬들에게 큰 감동과 몰입감을 안겨줬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의 흐름은 페이즈 4에 들어서며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페이즈 4는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이어진 시기로, 공식적으로는 멀티버스 사가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블은 새로운 캐릭터와 다양한 세계관 확장을 시도하며 그간의 공식을 깨는 도전을 감행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팬들과 평론가들의 평가는 싸늘했습니다. 왜일까요?
1. 작품 간 연결성의 약화
기존 마블의 강점은 '모든 작품이 하나의 세계관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이었습니다. 하지만 페이즈 4에서는 이 연결성이 크게 약화되었습니다. 디즈니+ 플랫폼을 통해 수많은 드라마가 추가되었고, 영화와 드라마 간의 연결 고리가 느슨해졌습니다.
예를 들어, 미즈 마블, 문 나이트, 쉬헐크 등 새로운 캐릭터 중심의 드라마는 기존 세계관과의 연계가 거의 없거나 모호했습니다. 이는 기존 팬층에게 혼란을 주었고, 새로운 팬 유입에도 한계를 만들었습니다.
2. 정체성을 잃은 캐릭터들
토르: 러브 앤 썬더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토르는 원래 신적인 중후함과 유머를 오가는 매력적인 캐릭터였습니다. 그러나 4편에서는 지나치게 가벼운 톤으로 소비되며 기존 팬들마저 등을 돌리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이터널스는 마블 세계관에서 중요한 ‘셀레스티얼’이라는 우주적 존재를 다루면서도 지나치게 설명적이고 느린 전개로 몰입감을 떨어뜨렸습니다.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아이언 하트, 나모르 등 새 캐릭터를 무리하게 넣으며 감정선을 분산시켜버렸고,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조차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 복잡한 설정과 서사로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3. 강렬한 빌런의 부재
페이즈 1~3에서는 '타노스'라는 압도적인 메인 빌런이 중심축 역할을 하며 모든 캐릭터와 사건을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반면 페이즈 4에서는 이러한 강력한 메인 빌런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각 작품마다 소규모 적들이 등장했고, 그들의 동기나 위험성은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관객 입장에서 “이 이야기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기 어려웠고, 전체 MCU 흐름에서 페이즈 4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4. 팬들의 기대와의 괴리
마블의 팬들은 이미 페이즈 1~3을 통해 높은 기준을 갖고 있습니다.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전개는 실망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습니다.
디즈니+의 오리지널 드라마 콘텐츠도 마블 팬들에게는 새로운 시도였지만, 마블 특유의 스케일과 서사를 기대했던 팬들에게는 비교적 가볍고 희화화된 전개가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특히 쉬헐크는 메타 유머와 비주얼 효과 논란으로 팬들 사이에서 가장 비판을 많이 받은 작품 중 하나입니다.
5. 지나친 콘텐츠 남발
페이즈 4에서는 영화뿐 아니라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가 대거 쏟아졌습니다. 단기간에 너무 많은 콘텐츠가 출시되면서 팬들 사이에서는 피로감이 누적됐습니다. ‘마블 피로증’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작품 하나하나의 퀄리티보다 양적 공급에 집중한 듯한 전략은 전체 브랜드 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결론: 페이즈 4는 과도기, 그럼에도 배울 점은 있다
페이즈 4는 분명히 마블에게 있어 도전적인 시기였습니다. 다채로운 인물과 문화, 형식을 도입해 다양성과 확장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너무 많은 것을 동시에 시도하려 했고, 그 결과 마블 고유의 정체성을 희생하게 된 셈이죠.
이제 마블은 페이즈 5와 6를 통해 다시 중심을 잡아야 할 시점입니다. 캉 더 정복자라는 새로운 메인 빌런이 등장했고, 어벤져스: 캉 다이너스티와 시크릿 워즈로 이어지는 대서사의 서막이 열리고 있습니다.
페이즈 4의 실수는 향후 마블에게 중요한 교훈이 되었을 것입니다. 팬들이 다시 열광할 수 있는 마블이 돌아오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