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정말로 끝난 걸까?
한때 전 세계를 열광시켰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는 최근 몇 년간 “이제 마블은 끝났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위기를 겪어야 했습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주요 캐릭터들의 퇴장과 함께 시리즈는 정체성을 잃기 시작했고, 멀티버스라는 거대한 세계관 설정은 오히려 팬들에게 피로감을 안겨주었습니다.
디즈니가 인수한 이후로 마블은 더 많은 콘텐츠를 빠르게 생산하는 전략을 택했지만, 그로 인해 완성도는 떨어지고 몰입도는 낮아졌습니다. 수많은 캐릭터와 얽히고설킨 타임라인, 연달아 쏟아지는 드라마와 영화는 팬들의 사랑이 아닌 ‘혼란’을 낳았죠.
그러던 중 등장한 작품이 바로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월드’입니다. 이 영화는 마블의 리부트 시도이자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신호탄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월드’는 무엇이 다른가?
이 작품은 단순히 캡틴 아메리카의 후계자가 등장하는 것을 넘어서, 마블이 이제껏 잃어버렸던 ‘근본적인 히어로 서사’를 되찾으려는 시도입니다. 새롭게 캡틴의 자리를 이어받은 인물은 정의감과 희생정신, 정체성의 혼란이라는 고전적인 히어로의 고뇌를 제대로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액션 히어로 영화가 아니라, ‘정체성’이라는 깊은 주제를 진지하게 다룹니다. 그리고 그 중심엔 미국이라는 국가적 상징과 히어로로서의 상징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이 있습니다.
많은 팬들은 이 영화에 대해 “마블답지 않게 진지했다”, “예전 MCU의 감성이 조금 느껴졌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는 마블이 "재미보다는 서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여전히 존재하는 진입 장벽
하지만 이 영화가 완벽하게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17년에 걸친 마블 세계관의 누적 때문입니다.
‘브레이브 월드’에서는 과거 영화 인크레더블 헐크(2008)에서 등장한 인물들이 주요 배역으로 다시 나타나며, 그들의 서사와 감정이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일반 관객들은 이 인물들이 왜 중요한지, 어떤 과거를 갖고 있는지를 이해하기 어려웠죠.
즉, 마블 팬이 아니라면 감정적인 몰입이 쉽지 않은 구조였습니다. 이처럼 MCU는 이미 ‘기억력 테스트’ 수준의 세계관이 되어버렸고, 이 점은 새로운 관객 유입을 어렵게 만듭니다.
긍정적인 변화의 조짐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레이브 월드’는 마블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마블이 오랜만에 보여준 진지함과, 불필요한 개그 요소의 절제, 그리고 히어로물로서의 본질적인 메시지 전달은 팬들에게 확실히 긍정적인 인상을 남겼습니다.
특히 ‘마블은 망했다’는 평가가 많았던 시점에서, 이 영화가 가져온 반응은 꽤 신선했습니다. 물론 흥행 성적이 폭발적이지는 않았지만, 앞으로의 마블이 나아갈 방향성을 고민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마블, 관건은 ‘멀티버스 정리’
이제 마블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하나입니다. 바로 ‘멀티버스 사과’를 어떻게 수습할 것이냐는 문제입니다.
디즈니 플러스에서 방영된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들은 멀티버스라는 설정을 통해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동시에 모든 설정을 복잡하게 얽어놓는 바람에 팬들은 지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마블은 무한 확장이 아닌, 집중과 수렴의 시대로 접어들어야 합니다. ‘브레이브 월드’에서 보여준 서사의 집중과 인물의 감정에 대한 서술은 그런 면에서 희망적인 신호입니다.
결론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월드’는 마블이 그동안 잃어버렸던 핵심 가치들을 다시 붙잡으려는 시도였습니다. 완벽한 성공은 아니었지만, 분명히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되었고, 마블이 다시금 팬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앞으로 마블이 ‘멀티버스의 늪’에서 빠져나와, 진짜 히어로물의 매력을 되살릴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